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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취미 생활/책 2022. 2. 25. 09:37
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- 박완서
중용은 유교 경전 중 사서의 하나지만, 단지 중용의 낱말 풀이만 들어봐도 아름답다. "마땅하여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으며 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떳떳하여 알맞은 상태나 그 정도"
어린 날의 기억 중에는 미세한 부분까지 놀랄 만큼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도 있다. 때로는 그게 정말 있었던 일일까, 상상력이 만들어낸 환상일까 의심스러울 적도 있다.
소위 살림이라 불리는 이런 일들을 나는 잘했고, 또 좋아했지만, 아무리 죽자꾸나 이런 일을 해도 결코 채워질 수 없는 허한 구석을 나는 내 내부에 갖고 있다는 걸 자각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.
누구나 다 알아주는 장미의 아름다움을 보고 즐거워하는 것도 좋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섬세한 아름다움에 감동하는 것은 더 큰 행복감이 될 것입니다.
열등감처럼 사람을 불행하게 하는 건 없는데, 그건 그 사람이 처음에 우월감의 맛을 보았기 때문입니다. 으스대는 쾌감을 알기 때문에 아무도 안 알아주는 입장을 참아내지 못하는 겁니다.
교양 있는 부모님들에 의해 잘 다스려지는 가정일수록 입김이 희박해지는 게 아쉽다. 세상이 아무리 달라져도 사랑이 없는 곳에 평화가 있다는 건 억지밖에 안 되리라. 숨결이 없는 곳에 생명이 있다면 억지인 것처럼.
내가 아직도 소설을 위한 권위있고 엄숙한 정의를 못 얻어 가진 것도 '소설은 이야기다'라는 소박한 생긱이 뿌리 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. 뛰어난 이야기꾼이고 싶다. 남이야 소설에도 효능이 있다는 걸 의심하건 비웃건 나는 나의 이야기에 옛날 우리 어머니가 당신의 이야기에 거셨던 것 같은 효능의 꿈을 꾸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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